우리 모두에게는 24시간이 주어집니다. 일반적인 회사 생활을 하는 직장인이라면 9시까지 출근해 6시에 일을 마치는 삶이죠. 그런데, 만약 재택근무만으로 하루에 86분을 더 갖게 된다면 어떨 것 같으세요?
공상과학 이야기가 아닙니다. 출퇴근 시간을 없애는 것만으로도 그 시간을 얻게 된다고 하면 고개가 끄덕여지지 않으시나요?
매주 7시간, 1년에 370시간을 통근에 할애
미국 국가경제연구국(NBER: Nationa Bureau of Economic Research)은 2021년에서 2022년 사이 27개국의 20세~59세 사이의 근로자들을 대상으로 조사를 한 결과, 재택근무를 하는 직장인들은 평균적으로 하루에 72분을 추가로 얻게 되었음을 알게되었습니다.
한국의 경우 원격근무로 인해 절약하는 시간이 27개국 평균보다 긴 86분인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사무실 출퇴근에 쓰는 시간을 일주일 단위로 생각해보면 최소 40시간 근무에 추가로 7시간 이상 시간을 일하기 위해 이동하는 데 투입하는 셈이죠. 1년이면 무려 372시간이 넘는 상당한 시간입니다.
먹고 자고 일하는 시간을 제외하고 나면 사실 직장인들에게 평일에 매일 주어지는 시간은 아무리 많아도 5~6시간 남짓입니다. 현실적으로는 그보다 적은 편이죠. 하지만 재택근무를 하면 하루에 1시간 이상의 시간을 버는 것과 마찬가지인 이점을 누릴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재택근로자들은 이렇게 추가로 생긴 시간을 어떻게 활용할까요?
재택근무로 아낀 시간의 40%는 일하는 데 사용
응답자들은 재택근무로 얻게된 추가 시간의 40%를 업무 시간(본업 및 부업 포함)으로 활용했고, 39%는 운동이나 여가 활동, 휴식에 활용했으며 6%는 자녀 양육 혹은 가족 돌봄 등으로 시간을 보내는 데 활용했다고 합니다.
회사에 출근하지 않는대신 그 시간의 일부분을 업무시간으로 투입하는 직장인들의 비율이 높은 것은 상당히 흥미롭습니다. 재택근무를 하면 ‘집에서 노는 거 아니냐’ 혹은 ‘일을 적게 하려는 것 아니냐’며 우려하는 기업들을 생각해보면 더욱 그렇고요.
이 보고서 말미에는 코로나19 대유행이 완전 종식되면 재택근무를 통해 절약하는 시간이 절반 수준으로 줄어들 것이라고 예상했습니다. 실제로 많은 기업들이 사무실 복귀를 속속 발표하고 있고 이미 현실화되고 있습니다.
하지만 사무실 복귀는 정답이 아닐 수도 있습니다.
생산성 저하의 진짜 이유는 사무실 출근?
미국 정부가 발표한 생산성 데이터 를 보면 생산성 그래프가 완만한 상승을 그리고 있는 것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생산성 지표는 2020년 초 팬데믹으로 모두가 재택근무에 돌입했을 때 한 번 크게 뛴 이후 비슷한 수준을 유지하다가 2022년 1분기와 2분기에 하락하는 모습을 보였습니다.
이 현상을 두고 많은 분석이 있었는데, 2022년의 키워드로 부상한 “조용한 퇴사”의 영향이라는 의견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그보다는 2022년 초 많은 기업들이 다시 사무실을 오픈하고 복귀를 의무화하기 시작하면서 1분기와 2분기에 생산성이 급격히 떨어졌다는 의견에 힘이 실리는 모양입니다.
갤럽에서는 직원들이 사무실로 복귀하도록 강요받는 것이 회사에 대한 불신, 이직 고려 등으로 이어진다고 밝히며 “업무 시간의 60~80%, 즉 주 5일 근무 기준 3~4일을 사무실이 아닌 곳에서 작업할 때 최적의 생산성을 낼 수 있다”고 주장합니다.
재택근무는 개인의 삶을 넘어서 지역경제까지 영향
일부 사회경제학자들은 Covid-19 팬데믹 쇼크는 재택근무 정책에 대한 사회 전반의 실험의 장을 열었다고 평가하기도 합니다. 많은 이들이 굳이 매일 출근할 필요가 없었고, 매일 출근하지 않아도 충분히 생산적으로 일할 수 있다는 사실을 배웠기 때문이죠.
재택근무 혹은 하이브리드 근무로 인한 통근 횟수의 감소는 개인의 자유 확대하고, 삶의 질을 향상시키는 것을 넘어, 새로운 고용 기회 창출, 주거 지역사회의 변화까지 확대됩니다.
초고령화 사회를 목전에 두고 있는 한국 역시 지방으로 인구를 분산시키는 게 많은 사회 문제를 해결할 수 있습니다. 재택근무 혹은 하이브리드 근무처럼 매일 출근하지 않아도 되는 삶을 여는 것은 개인이나 기업의 이득을 넘어서는 이상의 것임을 염두에 두어야하는 시대인지도 모릅니다.
결론적으로 재택근무나 하이브리드 워크의 핵심은 ‘자율성’에 있습니다. 나에게 주어지는 선택지가 있을 때 일도 잘 되고, 사기도 올라가는 것이죠. 개개인이 출퇴근 대신 얻게 되는 86분은 생각보다 많은 것들을 변화시킬 수 있는 힘이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