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글에서는 일본 원격근무 추세에 관해 말씀드렸습니다. 많은 언론기사에서 ‘보수적인 업무 시스템과 직장문화를 지닌 일본이지만 여러 이유로 인해 변화의 조짐이 일고 있다.’라고 평가하고 있습니다.
팬데믹 완화 이후, 일부 기업들은 예전처럼 사무실 근무로 돌아가는 경우도 있었지만, 전체적으로 볼 때, 원격근무 비중은 점차 늘고 있습니다. 2022년 하반기 도쿄 지역에서 비즈니스를 진행하는 기업의 54.1%가 재택근무를 유지하고 있고, 직원 수 300명 이상 기업의 67.9%가 원격근무제를 실시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이는 같은 해 상반기 조사에 비해 2.2%, 5% 이상 증가한 수치로 대기업과 수도권을 중심으로 원격근무를 실시하는 비중이 늘고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국가가 주도하는 ‘일하는 방식’의 변화
일본의 일하는 방식 변화는 정부가 주도하고 있습니다. 2018년 7월 공포된 ‘일하는 방식 개혁 법’ 이후, 법적 근거를 마련했고, 대기업을 중심으로 근무시간 제한에 따른 노동 생산성 향상, 업무 전산화, 하이브리드 근무 등의 실질적인 변화를 끌어냈기 때문입니다.
이런 변화는 두 차례 과로 자살 사건에서 촉발되었습니다. 1991년과 2015년 광고회사 덴츠의 신입사원들이 각각 과중한 초과근무를 견디지 못하고 극단적인 선택을 하면서 초과근무 제한, 업무방식 변화 등이 논의되기 시작했습니다. 기본급이 적고 이를 초과근무로 메워야 하는 구조, 업무 분담이 되어 있지 않아 모두 야근하는 분위기 등 여러 가지 문제가 도마 위에 올랐습니다.
이런 문제의 해결책으로 알려진 [일하는 방식 개혁법]이 2018년 7월에 공포되었습니다. 법안에는 초과근무시간 상한제 도입, 정규직과 비정규직간 불합리한 차별 폐지, 일부 전문직 대상, 직무 및 성과에 기초한 임금제도 등의 내용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법안의 효과는 생각보다 광범위하게 나타났습니다.
정부 : 【초과근무 제한 → 휴식과 휴가 보장 → 근로시간 과중에 따른 사회문제 해결 → 노동 생산성 향상 및 소비 활성화】
기업 : 【근무시간 제한 → 노동 생산성 향상 필요 → 사무자동화·업무 전산화 → 재택 및 원 격근무 가능】
일본 정부는 워크 라이프 밸런스를 재조명하고 유연한 근무방식을 권장하는 정책 기조를 이어가고 있습니다. 특히, 일본 국내의 낮은 노동 생산성이 ‘보장된 휴가도 눈치 보여 못 쓰는 조직문화에서 비롯한다’라고 보고 기본적으로 지급되는 휴가의 확실한 보장은 물론, 노사 협의 를 통해 다양한 업무방식을 도입하기 위해 법안을 추진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쉬지 못하는 근로자의 생산성은 떨어질 수밖에 없고, 그만큼 구매력 또한 떨어지게 되기에 생산과 소비의 악순환을 막겠다는 목표입니다.
일본의 원격근무 역시 [일하는 방식 개혁법] 공포를 기점으로 확대됐습니다, 일본은 2015년 1 인당 연간 평균 노동시간 1,734시간 11위에서 2021년 1,607시간, 21위로 완화된 수치를 나타내고 있습니다.
일본 대기업들의 하이브리드 근무 확대
2018년 법안 발표 이후, 일본 기업들은 근무시간과 방식에 있어 ‘노동 생산성의 향상’이 큰 문제로 대두되었습니다. 예전처럼 모두 모여 오랫동안 일 시키는 시대가 지나간 것이죠. IT 기업을 중심으로 같은 시간을 일하더라도 효율적으로 할 수 있게 사무작업 자동화 작업(RPA), 결재 전산화 등이 확산하였습니다. 전산화를 잘 갖춘 기업일수록 COVID-19로 인한 팬데믹 때 재택근무, 원격근무를 원활히 진행할 수 있었고, 일본 기업 전반에 걸쳐 ‘효율적으로 일하는 방식’을 논의하게 했습니다.
현재 일본의 원격근무는 IT, 금융, 전자 등의 분야에서 활동하는 대기업이 중심이 되어 주도하고 있습니다. 소프트 뱅크, 소니, 미쓰비시, 후지쯔, NTT 데이터 그룹, 히타치제작소, NEC 코퍼레이션 등 10개 기업이 원격근무를 장려하고 있고, 하이브리드 근무를 선도하고 있죠.
IT·전자 기업 후지쯔는 작년부터 ‘워크라이프 시프트(Work Life Shift)’를 시행하고 있습니다. 사무실을 단순한 업무공간이 아닌 하이브리드 근무를 위한 협업 중심지로 바꾸기 위한 조치로 직무조정, 업무의 전산화 등을 함께 진행했습니다. 현재 8만 명의 직원이 텔레워크(원격근무), 재택근무를 하고 있고, 올해 말까지 일본 내 후지쯔 건물 및 오피스 공간을 절반 이하로 줄여 비용 절감을 노리고 있습니다.
전자· 중공업 기업인 히타치 제작소는 직원 10만 명을 대상으로 ‘출근 없는 텔레워크’를 실시하면서 우리의 공유 오피스에 해당하는 ‘위성 사무실’을 전국에 구축했습니다. 도요타는 ‘직원들이 원하는 곳 어디서든 원격근무가 가능하고, 이에 대한 비용도 지급한다’는 방침을 결정했습니다. 앞서 언급된, 소프트뱅크, 소니, NTT 코퍼레이션 등도 비슷한 수준의 재택근무, 원격 근무를 허용하는 추세로 대기업, 도쿄 소재 기업을 중심으로 원격근무, 재택근무가 늘고 있습니다.
참고 문헌
법제처 해외 법령 안내: 일본 일하는 방식 개혁법
KOTRA 해외시장뉴스
재팬 디벨로퍼 닷컴 기사 2022.12.1.
닛폰 닷컴 기사 2022.12.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