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대 규모의 원격근무 회사인 깃랩(GitLab)이 재택근무로 이렇게까지 성장할 것이라고 예측한 사람은 많지 않습니다. 아니, 사실 거의 없었다고 봐도 될 정도죠. 전세계 60여개 국가에서 2천 명에 달하는 직원들이 모두 원격으로 근무하면서 성공적으로 사업을 키워낸 깃랩은 원격근무 회사를 향한 우려와 오해를 잠재웠습니다.
깃랩의 CEO 시드 시브랜디(Sid Sijbrandij)와 하버드 비즈니스 스쿨의 프리스위라지 초드리(Prithwiraj Choudhury) 교수와의 인터뷰, 그 두 번째 이야기에서 확인하세요.
Q. 사업을 확장하는 데 있어서 원격근무 회사로서 어떤 우려가 있나요?
저는 여전히 다 함께 사무실에서 일하는 근무 방식보다 원격근무 방식이 훨씬 낫다고 믿어요. 사무실 하나 – 전체 층 – 빌딩 전체 – 도시 – 나라 규모처럼 물리적으로 확장하는 것보다 말이죠. 저희는 비동기적으로 소통하고 문서화하고 기록하는 경험들이 사업을 확장하는 데 더 도움이 된다고 생각하고 실제로 그걸 보여주고 있습니다.
Q. 시간대가 다른 직원들끼리 어떻게 소통하나요?
시간대가 다른 것을 억지로 맞출 방법은 없죠. 그렇기 때문에 다른 시간대에서 일하는 데서 생기는 문제를 해결하는 방법은 가능한 실시간 소통을 줄이고 비동기 방식으로 소통하는 것입니다. 물론 비동기적 소통 방식이 모든 상황에서 효과적이라고 말하는 것은 아닙니다. 같은 문제로 여러번 비슷한 소통이 오고 간다면 바로 전화를 하거나 미팅을 해서 소통을 하는 게 효과적이에요.
Q. 기존 방식으로 일하던 직원들을 어떻게 온보딩하나요? 그리고 그들이 효율적으로 일할 수 있게 어떻게 도와주나요?
깃랩의 원격근무를 하는 방법에 대한 모든 것을 담은 핸드북이 있습니다. 사실 새로 입사한 직원한테 이 핸드북을 읽으라고 하면 제대로 다 읽는 사람은 많지 않습니다. 그래서 온보딩을 위한 커리큘럼을 만들고 간단한 테스트를 진행해요. 어떤 일을 해야하고, 어떻게 결정을 해야하는 등을 알게 하는데 도움이 됩니다.
Q. 원격근무 모델에서는 과도하게 일할 수 있다는 우려가 있는데요.
저희는 정해진 근무 시간 외에 일하는 걸 권장하지 않아요. 관리자들이 직원들에게 몇 시간 일했는지 확인하는 질문을 못하게 정하기도 하고요. 직원들 스스로 일하는 시간을 관리할 수 있도록 권장해요. 다양한 커뮤니케이션 기회를 통해서 직원들이 과도하게 일하지 않도록 하고 전체 직원들이 일을 쉬는 날을 정하기도 합니다.
Q. 원격근무 방식에서 고립감을 느낄 수 있는 문제는 어떻게 해결하시나요?
확실히 원격 근무는 모두에게 맞는 방식이라고 할 수는 없어요. 저는 원격근무를 좋아하지만 당장 제 아내만해도 사무실에 출근하는 걸 더 좋아하거든요. 저 같은 경우는 저녁은 꼭 다른 사람이랑 먹으려고 하죠. 스스로 시간 관리를 하고 마인드 관리를 할 수 있는 게 우선 중요하고요, 회사 차원에서도 다양한 커뮤니케이션이나 이벤트 등으로 연결 고리를 만드는 데 노력하고 있습니다.
Q. 소통, 온보딩, 과로, 고립감 외에 원격근무 회사의 또 다른 어려움은?
“문서화 우선”을 꼽을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깃랩 내에서 어떤 변화가 생긴다면 그건 무조건 문서화에 영향을 미치게 되어 었습니다. 핸드북에 어떤 새로운 내용을 추가하거나 변경을 하는 과정에서 지켜야하는 것들이 있기 때문에 일련의 과정들이 느리게 느껴지기도 하죠. 실제로 문서화를 위한 시간을 투입하고 내용을 검토하면서 시간이 적게 걸리지는 않기 때문에 쉬운 과정은 아니예요.
그래서 이 과정을 싫어하는 사람들도 있고요. 핸드북이 아예 없는 회사들도 있고, 있더라도 업데이트 되지 않는 회사들이 많은 데에는 이런 이유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저는 이게 기초를 다지는 것이라고 생각하고 중요하게 여겨요. 문서화나 핸드북을 만드는 과정을 빼면 당장은 빠르다고 여겨질지 몰라도 2년 뒤에는 당시에 문서화하지 않은 것을 후회하는 순간이 온다고 생각해요. 핸드북이 결국은 더 많은 것들을 성취하게 해준다고 믿습니다.
아이디어가 그저 사람들 머릿속에 있기만 하면 안돼요. 실시간으로 대화하면 다른 사람들도 이해한다고 생각하지만 그렇지 않을 수 있거든요. 구조화되고, 정리되고, 기록되는 게 중요하죠. 모두가 그 것을 공유할 수 있게요. 모든 직원들에게 똑같은 메시지가 전달되고 함께 인지하는 과정은 필수적입니다.
Q. 다른 회사들이 어떻게 원격근무를 시작할 수 있을까요?
저는 사람들이 회사가 “원격근무를 허용하는 것”과 “사무실로 오지 못하도록 하는 것”의 차이를 알았으면 좋겠어요. 원격근무를 완전히 정착시키고 싶다면 상징적 의미로 과감하게 사무실을 폐쇄하는 것도 필요합니다. 그래야 사무실로 돌아오지 않거든요. 그게 아니라면 원한다면 사무실에 와도 되지만 정책적으로는 오지 않는 걸 권장하는 거죠.
많은 기업들이 재택근무를 종료하고 사무실 복귀를 선언하고 있는 지금도, 세계 최대 원격근무 기업 깃랩은 재택근무를 유지합니다. 이미 그간의 고정관념을 깨 온 깃랩이 앞으로는 원격 근무와 관련한 더 좋은 선례를 어떻게 보여줄지 기대해봐도 되지 않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