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네덜란드의 홈 오피스에서부터 시작된 데브옵스 플랫폼 깃랩(GitLab)은 이제 전 세계 60개 국가에 2천 명 이상의 직원이 일하는 거대한 기업이 되었습니다. 하지만 깃랩은 거대한 본사 빌딩도 없고, 사무실도 없습니다. 원격근무 모델이 일반적이지 않았던 10년 전에 과감하게 완전 리모트워크 방식을 채택하여 빠르게 성장한 깃랩.
심지어 투자자들 역시 재택근무 방식으로는 사업을 확장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우려했다고 합니다. 깃랩은 어떻게 재택근무를 시작했고, 원격근무 방식으로 어떻게 사업을 확장할 수 있었을까요?
깃랩의 CEO 시드 시브랜디(Sid Sijbrandij)와 하버드 비즈니스 스쿨의 프리스위라지 초드리(Prithwiraj Choudhury) 교수와의 인터뷰를 통해서 알아보겠습니다.
Q. 완전 원격근무를 하게 된 배경은 무엇이었을까요?
네덜란드에서 비즈니스를 시작했을 때 처음으로 채용한 직원이 세르비아에 있는 사람이었어요. 그가 사무실로 출근하는 거나 제가 반대로 세르비아에 가는 것도 현실적이지 않았죠. 그렇게 처음부터 서로 다른 지역에서 일하기 시작했어요. 그 다음에 드미트리(Dmitriy, 공동창업자)와 함께 일하게 되었는데, 그는 또 우크라이나에 있었거든요.
그리고 나서야 네덜란드에서 사람을 뽑기 시작했죠. 그 때는 집에서 일하고 있었기 때문에 집에 사무용 책상을 몇 개 들여놓고 사람들을 출근하게 했어요. 그런데 삼일째인가 사일째에 직원들이 출근을 안했는데, 다들 온라인으로 일하니까 별 문제가 없더라고요. 출근하는데 한시간 반 정도 걸렸는데, 출근하는 시간을 추가로 써야할만큼 사무실에서 같이 일하는 게 효율적인가?하고 생각해보니 그건 아닌 것 같았어요. 사무실에서 시간을 얼마나 많이 보내는지는 중요하지 않았죠. 결국 무엇을 달성하느냐의 문제니까요.
물론 온보딩할 때는 직접 만나서 하는 게 효율적이었어요. 알려줄 것도 많고 질문도 많으니까요.
그 이후에도 네덜란드에서 계속 채용을 했고, 처음에만 사무실에 출근해서 온보딩을 하고 원격근무로 전환했어요.
Q. 당시 사무실 위치가 좋지 않았나요?
사무실이 집이었는데 시내에 역 근처에 있는 사무실이라 위치는 아주 좋았어요. 당시에 와이 콤비네이터(Y Combinator, 미국의 스타트업 인큐베이터 및 액셀러레이터)가 하는 육성 프로그램에 참여하고 있었는데, 하나의 팀으로 한 공간에서 함께 일하면 빠르게 일할 수 있을거라는 의견이 있었습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그 의견에도 동의해요.
당시 와이콤비네이터의 코치가 엔지니어들에게는 원격근무가 적합해도 다른 직군에는 그렇지 않을 거라는 의견을 줬어요. 그래서 사무실을 얻는 것을 진지하게 생각했고 실제로 샌프란시스코 베이 지역에 사무실을 열었습니다.
세일즈팀 직원을 뽑았는데 사무실로 한동안 출근하더니 그러고는 출근을 안했어요. 네덜란드에서 경험했던 것과 똑같은 패턴이 반복됐죠. 그도 그럴 게 이미 저희가 일하던 방식이 상당히 리모트워크에 적합했거든요. 슬랙으로 소통하고 구글 독스를 쓰고, 화상회의를 하고 그랬으니까요.
그 이후에도 직원들을 채용하면서 샌프란시스코가 아닌 지역의 인재들을 찾게 되었는데, 굳이 이사를 하게 하면서까지 사무실로 오라고 하고 싶지 않았어요. 실제로 회사 직원들 중 누구도 사무실로 출근하고 싶어하지도 않았고요. 다들 출퇴근이 시간 낭비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저는 하이브리드 워크는 더 별로라고 여겼거든요. 사무실에 있는 직원들과 원격으로 일하는 직원들은 서로 커뮤니케이션 스타일이 다른데 그렇게 혼재되면 업무 비효율이 더 증가할 거라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저희는 완전 리모트 워크를 하기로 결정했고, 저희 투자자들은 그 부분을 상당히 우려했습니다. 원격근무 회사 중에 규모있게 성장한 회사가 없다고 했어요.
Q. 투자 회사들이 원격근무로는 성장하지 못할 거라고 우려했다는 거네요.
Khosla Ventures, August Capital, GV, ICONIQ 등이 주요 투자자들이었고, 당시에는 재택근무 모델에 꽤 회의적이었어요. 하지만 이제는 반대로 원격근무를 지지하게 되었어요. 깃랩이 어떻게 인재들을 유지하는지, 회사 운영에 드는 돈이 얼마나 효율적으로 쓰이는지 등을 보고 이 방식이 훨씬 경쟁력이 있다는 걸 알게 된 것이죠. 그들도 이제는 원격근무 회사들을 더 관심있게 보게 되었어요.
Q. 전통적인 형태의 본사가 없는 셈인데, 완전 원격근무 모델에서 회사 운영에 필요한 기능들을 어떻게 운영하고 계시나요?
저는 본사가 있는 게 회사의 여러 기능들을 통합한다거나 사람들을 한데 모으는 기능을 거의 하지 않는다고 봅니다. 대신 ‘의도적인 커뮤니케이션’이 아주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깃랩은 기능적으로 조직화된 회사이고 하고 있는 다양한 일들을 원격 커뮤니케이션으로 쉽게 하고 있습니다. 회사 내의 서로 다른 기능들이 효과적으로 조정되지 않을 수 있죠. 저희는 이런 문제를 완화하기 위해 그룹 단위로 소통하는 시간을 만들어서 어떤 일을 하고 있는지, 이 일들이 우리 공통의 목표를 위해 어떻게 연결되어 있는지를 함께 확인해요.
Q. 구글이나 마이크로 소프트와 같은 대기업 본사의 중요한 역할 중 하나가 조사, 연구하고 전체 예산에 맞춰서 내부 리소스들을 조정하는 것인데요, 이런 것들을 깃랩에서는 어떻게 하고 계시나요?
저희는 가능하면 한 팀이 여러 기능을 복합적으로 수행(Cross-functional)하지 않도록 합니다.
작은 규모의 프로젝트를 우선 예로 들어 볼게요. 저희가 다음 달에 새로운 제품을 출시한다고 가정했을 때, 예전에는 다양한 기능을 하고 있는 팀들이 모이는 회의가 열리겠죠. 엔지니어 매니저, 프로덕트 매니저들이 대거 참석하는 거죠. 저희는 프로세스를 바꿔서 프로덕트 매니저들이 엔지니어 팀에서 무엇을 할지 결정합니다. 관련된 다른 팀이나 담당자들이 프로덕트 팀에서 한 결정을 바꾸고 싶다면 직접 프로덕트 담당자와 논의를 통해 바꾸도록 합니다. 이 과정들이 개별 팀 혹은 담당자의 책임임을 명확하게 해요.
규모 있는 프로젝트인 경우에는 회사 차원에서 목표로 하는 사업적 모델이 있고 그에 따라 명확하게 부서별로 할당된 예산이 있습니다. 할당된 예산 내에서 각 부서가 어떻게 예산을 사용할지를 정하도록 합니다.
Q. 비즈니스 모델을 설정하는 방법에 대해서 좀 더 구체적으로 설명해주실 수 있나요?
여기에는 두 가지 요소가 있어요.
하나는 궁극적으로 우리가 얼마나 많은 돈을 쓸 것인지죠. 제품을 얼마나 더 많이 만들 것인지는 결국 어떻게 수익을 낼 것인지와 연결이 되는 문제라 투자자들이 관심 있어하는 부분이고요. 두번째는 40의 규칙(Rule of 40)인데요, 서비스의 EBITDA(영업이익) 마진과 성장률을 합해서 40%를 넘어야 한다는 규칙입니다.
이 두 가지 요소를 결합하면 매출이 더 높고 더 성장할 수 있는 부분에 더 높은 비율의 예산을 투입하는 결정을 할 수 있게 되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