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1월에 가트너(Gartner)에서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2023년 말까지 세계적으로 지식산업에 종사하는 근로자의
39%는 하이브리드 근무를, 9%는 완전 원격근무를 할 것으로 예측된다고 합니다.
하이브리드 근무는 일주일에 최소 하루는 사무실에서 일하는 방식이고,
완전 원격근무는 사무실에 출근하지 않고 100% 원격으로 일하는 방식을 의미합니다.
“이제 하이브리드 근무 방식은 근로자들이 희망하는 근로 조건이 되었습니다.
상당수의 근로자들이 2022년에 사무실로 복귀했지만 2023년에는 혼합형 근무 방식이 여전히 두드러질 것”
이라는 가트너의 책임 연구원 란짓 아트왈(Ranjit Atwal)의 분석은 최근의 기업 동향을 봐도 쉽게 수긍이 갑니다.
팬데믹 기간 중에 전면 재택근무를 앞장서서 적극 실시했던 많은 글로벌 기업들이 이제는 직원들을 다시 사무실로 부르고 있습니다.
사무실 복귀, 얼마나 하고 있을까?
테슬라의 CEO 일론 머스크가 트위터를 인수하자마자 사무실에서 매주 최소 40시간 근무할 것을 발표하며
사실상 재택근무를 전면 폐지한 것은 직원들에게 상당히 갑작스러운 변화였죠.
사무실에서 협업하며 업무 생산성을 높이고 돌발 변수에 더 신속하게 대응할 수 있다는 게 회사의 입장이었습니다.
2023년 초 미국 월트디즈니는 직원들에게 3월부터 주 4일은 사무실에서 근무할 것을 발표했습니다.
창의성이 중요한 콘텐츠 비즈니스에는 사무실에 직접 나와 협업하는 것이 필수임을 주요한 이유로 들었고요.
틱톡(TikTok)은 주 2회 출근이 어려운 정도로 회사에서 먼 거리에 사는 직원들은 해고 대상이 될 수 있다는 경고까지 한 바 있습니다.
심지어 최근 미 하원에서는 연방공무원들의 출근을 의무화하는 ‘SHOW UP’ 법안까지 등장했습니다.
Stopping Home Office Work’s Unproductive Problems의 줄임말로 재택근무로 인한 낮은 생산성 문제를 멈추겠다는 의미를 담고 있습니다.
사실상 이 법안의 통과를 긍정적으로 보는 시각은 없지만 그만큼 사무실 복귀 분위기가 거세지고 있습니다.
그리고 이는 미국만의 이야기는 아닙니다. 우리나라에서도 속속 사무실 복귀를 발표하는 기업들이 적지 않습니다.
카카오, 티빙, 야놀자, 엔씨소프트, 넥슨, SK텔레콤 등의 대기업들도 재택근무 횟수를 줄이거나 전면 폐지하며
코로나19 대유행 이전으로 돌아갈 준비를 하고 있습니다.
[미국의 하이브리드 근무/사무실 출근/재택근무 비율]
사무실 복귀, 생각처럼 쉽지만은 않아
팬데믹 기간 동안 자율 원격근무제도를 시행했던 야놀자는 지난 2월, 원격근무제도를 폐지하고
4월부터 주 2회 출근, 6월부터 주 3회 출근하는 하이브리드 근무 체제로 변경한다고 발표했습니다.
그 배경으로는 2020년과 2021년 흑자 운영을 하다 2022년 처음으로 역성장한 것을 들며 생산성이 바닥 수준이라는 설명을 곁들였습니다.
원격근무를 계속하겠다고 직원들에게 발표했던 것이 무색하게 성장을 이유로 들며 약속을 번복한 것이죠.
하지만 원격근무를 시행하는 동안 흑자 영업 기록을 냈기 때문에 재택근무가 생산성 저하와 큰 상관 관계가 없다는 직원들의 불만도 있습니다.
세계적인 경제 위기로 인한 매출 저하의 이유를 원격근무 탓으로 돌리는 것 아니냐는 의견도 있고요.
뿐만 아니라 최근 2~3년 동안 재택근무에 익숙해진 직원들은 다시 사무실로 복귀하는 게
정작 업무 효율성과 생산성을 크게 떨어트릴 것이라며 거세게 반발하고 있습니다.
미국 정부의 생산성 데이터에 따르면 2020년 초 팬데믹으로 재택근무를 시작하면서 생산성이 크게 뛰었다가
사무실 복귀가 본격화된 2022년 1분기에 급격히 하락하는 그래프를 보이기도 했습니다.
사실상 생산성과 사무실 출근에는 기업에서 기대하는 것만큼 큰 관계가 없을지도 모른다는 의미로 볼 수 있습니다.
원격근무 조건 때문에 다른 회사로의 이직 기회를 마다하거나 회사에서 먼 곳으로 이사를 간 이들은 더욱 불만이 큽니다.
같이 일하는 것도 좋지만 이제는 새로운 패러다임을 받아들일 때라고 주장합니다.
재택근무를 선호하는 이들은 어수선한 사무실에서보다 일이 잘 되는 장소에서 더 효율성 높게 업무를 할 수 있다는 주장이고,
출근을 선호하는 이들은 조직원 간의 소통 부족과 재택으로 인한 업무 성과 저하를 주장합니다.
사무실에 다 같이 모여있을 때보다 직원 관리가 쉽지 않은 관리 직급의 고충 또한 적지 않습니다.
무조건 출근보다는 균형이 필요!
완전 원격근무에서 하이브리드 근무 혹은 사무실 출근으로 전환하는 추세를 완전히 멈추기는 쉽지 않아보입니다.
가트너의 조사 결과에 의하면 2020년에는 80%에 달하는 근로자들이 재택근무 혹은 하이브리드 근무를 했지만
2023년 말에는 48% 정도가 리모트 워크를 유지할 수 있을 것으로 예측하고 있습니다.
미국 근로자 기준으로 팬데믹 전인 2019년에 40%가 재택 혹은 하이브리드 워크를 했던 것과 비교해보면 48%도 결코 낮은 수치는 아닙니다.
WFH Research 자료에 따르면 “근로자들은 기업이 원하는 시간보다 더 많은 시간을 원격으로 일하기 바라지만
기업들이 직원 이탈을 막기 위해 정책을 조정할 것이다. 결국 서로가 만족할 수 있는 수준으로 격차가 줄어들 것”이라고 내다보기도 했습니다.
모두가 따라야 할 절대적으로 좋은 근무 방식이라는 건 사실 없습니다.
하지만 코로나19 대유행으로 인해 하나의 근무 방식만 정답이 아니라는 것은 확실히 배우게 되었습니다.
재택근무냐 주 4일제냐를 기업이 일방적으로 통보하기 보다는 기업과 구성원간의 깊이 있는 소통과 합의가 더욱 필요한 때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