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하는 방식이 변하면, 즉 많은 사람들이 사무실에 출근하지 않고
집이나 혹은 원하는 곳에서 일을 하게 되면 개인의 생활이 얼마나 변화할지에 관심이 많습니다.
하지만 리모트워크, 하이브리드 근무 등 새로운 일하는 방식의 도입으로
개인뿐 아니라 사회적으로도 놀라운 변화를 가지고 올 수 있습니다.
너무 거창한 것 같다고요? 오늘은 흥미로운기사를 여러분께 소개해드리고자 합니다.
우리나라보다는 높지만 일본의 출산율도 근 20여년간 지속적으로 감소해왔습니다.
하지만 일본에서 2022년 대졸 이상 학력 기혼 여성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
무려 19년만에 출산율이 반등했는데요, 이런 변화에는 어떤 배경이 있었을까요?
일본의 출산율 반등 배경, 무엇이 달라졌을까?
4년제 대졸 이상의 여성들의 출산율은 2002년 이후 급격하게 떨어졌습니다.
한국처럼 업무 강도가 높고 야근이 빈번한 일본에서 일과 육아를 병행하기 쉽지 않아
출산을 꺼리는 부부가 많은 것이 주된 요인 중 하나로 꼽히기도 했고요.
우선 매일 출근을 하는 맞벌이 부부의 일상을 떠올려 보겠습니다.
9시 출근을 위해 늦어도 아침 7시에는 일어나 출근 준비를 하고
대중교통이나 자차를 이용해 출근을 한 뒤에는 최소 6시까지는 사무실에 앉아서 일을 하죠.
정시에 퇴근하면 좋지만 7시 혹은 8시까지 일하는 날도 흔합니다.
집에 돌아와 저녁을 먹고나면 9시. 집안일 등을 마치고 나면 어느새 늦은 밤이 됩니다.
이런 일본에서 4년제 이상 고학력 여성의 출산율이 2021년에 의미 있는 반등을
보일 수 있었던 데는 일하는 방식의 변화가 적지 않은 역할을 한 것으로 보입니다.
우리는 하루에 적지 않은 시간을 일하는 데 할애합니다.
일하는 방식의 변화는 삶의 변화를 이끌어내고 크게는 사회 전체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힘이 있는 셈이죠.
재택근무, 유연근무, 야근금지, 잔업 가능 시간 변경 등
일본의 여러 기업들에서 시도한 일하는 방식의 변화는
서서히, 하지만 의미 있는변화를 일으키기에는 충분했습니다.
그렇다면 일본 기업들이 어떻게 일하는 방식을 혁신했는지 사례들을 살펴보도록 할게요.
직원들이 일하는 장소와 시간을 선택할 수 있게
도쿄의 무역 회사 이토추상사는 2010년 여성 직원들을 대상으로
근무시간 단축, 육아 휴직제 도입, 관리 직군 할당제 등을 도입했음에도 불구하고
여성 인재들의 이탈을 막는 데는 도움이 되지 않았다고 합니다.
그러다 2013년 ‘아침형 근무 제도’를 도입하며 상황이 바뀌기 시작했고요.
저녁 야근을 금지하고 잔업이 필요한 경우 아침 5시부터 8시 사이 재택으로 하며,
오후 3시에서 6시 사이에 퇴근하도록 한 것입니다.
이 제도 도입으로 인해 미혼 직원들은 저녁이 있는 삶에 만족하고
어린 아이가 있는 직원들도 육아시간을 안정적으로 확보할 수 있으니 만족도가 높을 수밖에 없었죠.
일하는 방식을 바꾼 것만으로도 이토추상사에 근무하는 여성 직원들의 출산율은
2010년 0.94명에서 2021년 1.97명으로 대폭 오르는 놀라운 결과를 가져왔습니다.
이토추상사의 여성활약추진위원장 무라키 아쓰코의 인터뷰에서 팁을 얻을 수 있었습니다.
“일하는 방식의 혁신은 특정 성별이나 그룹을 대상으로 하지 않고 모든 직원들에게 적용되어야 합니다.
동료들은 야근을 하고 있는데 혼자만 일찍 퇴근하는 방식은 지속 가능성이 적죠.
전직원을 대상으로 한 근무 제도의 변화로 여성 직원들도 눈치보지 않고 일할 수 있었고,
출산 이후 거의 전원 복직했습니다.”
일본 최대 소비재 기업인 유니레버 재팬은 2016년부터
Work from Anywhere and Anytime(WAA)를 도입해 직원들이
근무 장소와 시간을 자유롭게 결정할 수 있도록 하여
2021년에는 거의 100%에 달하는 실시율을 보이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그리고 일본의 NTT그룹은 2022년 7월부터 직원 3만명을 대상으로
출퇴근 없는 전면 재택근무를 시작했습니다.
사무실에 출근할 경우에는 출장으로 보고 교통비를 지급한다고 합니다.
장기적으로는 전 계열사까지 변화를 확대해
18만명에 달하는 직원들이 재택근무의 변화를 맞이할 전망입니다.
그 외에도 많은 기업들이 주 4일제 전면 도입 및 시범 운영을 하고 있습니다.
시간 빈곤 탈출의 열쇠는 일하는 방식의 변화
여유를 누릴 시간이 부족한 ‘시간 빈곤’에 시달리는 맞벌이 부부가
아이를 낳기 위해서는 일과 육아를 병행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주어야 한다는
사회적 위기감이 기업의 변화를 이끌어 냈다고 볼수 있습니다.
그리고 앞으로도 더 많은 기업들이 이 변화에 동참하게 될 것으로 보입니다.
22년 4월, 일본에서 풀타임 직장인 2천명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
원격근무를 할 수 있는 직장에 대한 호감도는
3천명 이상의 직원수를 가진 기업의 경우 53.1%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선호하는 근무 제도를 가진 기업에 인재가 몰리면
더 많은 기업들이 인재 유치를 위해서라도 자연스럽게 변화를 받아들이게 되지 않을까요?
그렇게 일하는 시간과 장소를 내가 스스로 정할 수 있게 된다면 우리의 삶은 얼마나 달라질까요?
몇몇 일본 기업들의 혁신 사례는 세계 최저 출산율을 기록하고 있는 우리나라에도 시사하는 바가 큽니다.
편집 Flexwork
출처
새벽 재택근무 후 출근, 오후 3시 퇴근…출산율 기적 일어났다 / 조선일보
일본의 워케이션은 뿌리를 내렸을까? / 한국관광 데이터랩
👉🏻 ‘하이브리드 근무란 무엇이고 장단점은 어떤 게 있을까?’ 보러가기